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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책 리뷰 (플라톤아카데미, 인문서추천) 본문
초등학교 다닐 때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쩌지? 나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육체와 떨어진 영혼이 갈 곳은 어디지? 등등. 죽어본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죽음이 뭔지 바로 물어볼 수 있겠지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에 그것을 알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고민은 그냥 고민으로만 남고, 그냥 죽음이라는 것을 거부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었네요. 어렸을 때 풀지 못한 죽음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건드려보기 위해 책을 한권 읽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인데 죽음에 대한 강연 8개를 엮어서 만들어낸 책입니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다음으로 나온 책이네요.)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조금 길게 풀어보면 ‘어떻게 살다가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꿔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서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봐야겠네요. 착한 일을 하면 천국에 가고 아니면 지옥에 간다는 식의 단순한 설명으로는 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이 책이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뿐만 아니라 죽음이란 주제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8명의 강연자 중에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사람은 몰입으로 유명한 황농문 교수였습니다. 예전에 몰입이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터라 이 책에서 참 반가웠지요. 예전 그 감동을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몰입을 위해 가장 큰 동기부여는 어쩌면 죽음이 아닐까 싶네요. 의식적으로라도 몰입을 할 수 있게 노력을 해서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어차피 DNA가 나를 이 세상에 내어놓은 것이라면 내가 무엇을 한들 DNA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왕 이렇게 된 것 한바탕 기가 막히게 즐기고 가면 되는 것이고, 그것이 DNA한테 도움이 된다면 더 좋은 일일 테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평안해져 반드시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없어지고, 삶을 포기할 이유 또한 사라집니다. (P.40)
아름다운 삶이란 아무런 그늘도 없고 고통도 없고 상처도 없는 그런 삶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삶은 불가능하니까요. 아름다운 삶은 고통이나 슬픔을 경험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그 고통이나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이해하느냐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삶은 결코 확신이나 확실성으로 가득 찬 삶이 아닙니다. 오히려 삶이 가지고 있는 그늘, 고통, 눈물, 불확실성, 연약함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P.103)
공연한 착한 체하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이로 인한 죄의식도 털어냄으로써 진정한 자신을 찾으라.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라. 자신이 특별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좋은 사람인 체하는 가면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자신을 찾으라. 모든 순간을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삶은 가식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이 선한 마음에 이끌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진정한 인간의 모습에 이끌린다. (P.213)
(행복이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P.45)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품이 바뀌고 성품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P.257)
위기를 넘어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거 긍정의 경험을 살리고, 인생 선배들의 지혜를 빌리며, 가족과 친구 그리고 모르는 선한 이들의 도움을 믿고, 자신의 고유한 삶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며 최선을 다해 미래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간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죽지 못해 사는 것도 아닙니다. 죽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삶을 살다가 아름답게 죽음을 마무리하는 것까지가 인생의 완성입니다. 나무는 죽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납니다. 다시 대지로 돌아간 우리 역시 어디선가 다른 생명으로 이어집니다. 죽음은 자연으로의 회귀이며 또 다른 시작입니다. (P.275)
이 책에 나오는 좋은 글을 옮겨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죽음, 숙명인가 해방인가’에서 죽음이라는 것으로 유한한 초월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현재를 사랑해야 하는 자신’으로 요약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죽지 않을 것처럼, 아직 죽지 않은 것처럼 살지 말고 이미 죽은 사람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죽음을 기억하라 Memento mori!"는 말씀이 바로 이를 가리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사는 삶은 덤으로 사는 것입니다. 덤의 시간들, 순간들, 그것이 바로 지금입니다. 그래서 한마디로 추립니다: ”자신의 현재를 사랑하라! Carpe diem!" (P.215)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한 권의 책으로 죽음에 대한 수수께끼가 모두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과 많이 친해지는 계기는 마련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죽은 사람으로 살라는 말이 참 와 닿네요. 이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점점 평온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사소한 일에 화도 많이 내고 살았는데 참 부끄럽네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 책을 몇 번 더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