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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 국민시인 신경림,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한일공동기획) 본문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가뭄에 콩나듯 아주 가끔 시집을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낍니다. 뭔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나 화가 났을 때 읽으면 효과가 크지요. 이번에 읽은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은 한국과 일본에서 국민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경림님과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와 에세이, 대화가 있는 책입니다.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 신경림,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대시(對詩)
신경림,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시로 대화를 나누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듯 시로 대화하는 것을 대시(對詩)라고 하네요. 한국과 일본의 두 시인이 6개월 동안 이메일을 통해 나눈 대화(시)가 이 책에 들어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조선백자 항아리
역사가 흠집을 남겼는데도
항아리는 여전히 아름답다
가을, 항아리는 아담한 들꽃을
말없이 그러안고 있다
- 다니카와
간밤에 문득 이슬비 스쳐가더니
소나무에도 새파랗게 물이 오르고
동백도 벙긋이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이 모습 새롭게 항아리에 새겨
바다 건너 벗들에게 전하고 싶구나
- 신경림
두 시인이 시로 나눈 첫 대화는 이렇습니다. 시인의 머릿속을 꺼내서 볼 수가 없다면 시가 의미하는 바를 100% 이해하기란 어렵겠지만, 그래도 위와 같은 시는 나름 평이해서 묘사된 바를 머릿속에서 상상하기도 쉽고 괜찮은 것 같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두 시인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데 그 재미가 나름 쏠쏠합니다.
이 책은 두 시인이 나눈 대시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을 대표하는 시, 에세이, 대화내용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저승행 연락선을 타고 가는 모습을 그리는 '임사선'이라는 시를 참 흥미롭게 읽었네요.
신 선생 작품에 친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술이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저와 비슷해요.
시도 좋지만 사실 두 시인이 나눈 대화 내용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시인이 되고 싶어하는 아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두 시인의 답변이 인상적인데, 전업 시인으로 살기 힘드니 처음에는 다른 일을 하면서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시를 잘 쓰는 사람은 다른 분야에 가서도 성공할 확률이 크다고 하네요. 시인이 꿈인 사람이라면 그 꿈을 버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은 에세이도 잘 쓴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에 나오는 대시를 보면서 나도 가족이나 친구와 시의 언어로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볼지 모르겠지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세상을 조금 더 순수하게 바라보기 위해서 가끔은 시도 읽고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