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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첫 문장 책 리뷰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윤성근 지음) 본문
개인적으로 소설보다는 다른 책을 많이 읽고 살아서일까 문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문학책을 읽을 때 조금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같은 문장을 읽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깊이가 얕다고 해야할까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자란 사람들은 뭔가 문장을 보는 눈이 다른 것 같던데 도대체 나와 뭐가 다른 것인지... 이번에 읽은 책은 '내가 사랑한 첫 문장'으로 소설에 나오는 문장, 그것도 첫 문장을 의미있게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천천히 소리 내어 당신과 함께 읽고 싶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은 저자가 엄선한 세계문학 책중에서 그것도 첫문장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세계문학에는 카프가의 변신, 이상의 날개, 헤밍웨이의 노인과바다 등 유명한 책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처음보는 책들도 있었습니다. 책이 좋아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엄선한 책인만큼 믿고 읽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책의 멋진 첫문장을 소개하는 것도 좋았지만 (저자가 책을 많이 읽어서일까?) 그 첫문장의 의미를 파헤치는 저자의 글솜씨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을 늦게 읽는 편인데, 어려운 문학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서일까 이 책은 정말 빨리 읽어버렸네요.
첫 문장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프란츠 카프카 '변신'의 첫 문장)
다른 책의 첫문장도 인상적이지만 재미로 따지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첫문장 해설이 가장 좋았습니다.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검은 고양이'에 나오는 고양이와 점수를 매겨가며 비교하는 부분은 정말 참신했네요. 이 책의 첫문장은 이렇습니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냥 단순한 텍스트로 넘기기에는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풀이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이름은 아직 없다'는 언젠가는 이름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어디서 태어났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에서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알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건 이상의 '날개'의 첫문장인데 궁금한 마음에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그는 걸프 해류에서 조각배를 타고서 혼자 낚시하는 노인이었고, 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날이 이제84일이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의 첫 문장)
첫문장 하나로 사고를 어디까지 확장시켜나가는지 궁금하다면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을 꼭 읽어보시길. 이 책을 읽고 난다면 아마 소설의 첫문장을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