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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노트의 노트

공자 라이벌, 장자에게 배우는 인생살이 '내 인생의 전환점, 그때 장자를 만났다' - 강상구 지음 본문

공자 라이벌, 장자에게 배우는 인생살이 '내 인생의 전환점, 그때 장자를 만났다' - 강상구 지음

빌노트 2014. 12. 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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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몸이 너무 안 좋았는데 그 때 제 손에 있었던 책입니다. '그 때 장자를 만났다' 예전에 내용이 너무 난해해서 장자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접었다를 2번 정도 반복했는데, 이 책은 장자 관련 에세이로 가볍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내 인생의 전환점, 그때 장자를 만났다

인간 역사를 통틀어 칭찬이라고는 들어본 적 없는 정치권을 굳이 언급할 것도 없다. 우리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도 '나만 옳다'는 폭력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라는 데, 내가 택한 길이 선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만 옳다면, 나와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은 틀린게 되고 만다. 절대 선을 추구하는 사람은 절대 악에 빠지게 돼 있다. 절대 선은 절대 악을 잉태하기 마련이다. (서문 P.9)

공자의 최고의 라이벌이라고 하면 장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과 '예'로 똘똘 뭉친 공자를 '되지도 않을 짓을 하느라 평생을 낭비한 사람'이라고 평가를 내렸다고 하는데 그런건 아닌거 같고, <논어>를 공부한 사람이 거기에 나온 내용만을 옳다고 고집부리는 '닫힌자세'를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답답한 세상에선 '군자'의 틀에 날 가두는 <논어>보다는 자유로운 <장자>가 제격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책의 본문 내용도 좋지만 서문이 정말 압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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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전쟁이 일상이던 세상을 살았다. '죽음'을 현실로 살면서 '행복'을 꿈꿨다. 현대의 많은 행복전도사들이 자주 하는 말, 행복의 시작은 자신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다는 그 말. 그러나 거짓말이다. 부모에게 학대당하는 아이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이 마흔이 되도록 취직 못하고 백수 생활만 해도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 있나? 행복을 자신의 변화만으로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른 사람도 변해야 한다. 관계의 변화다. 사회도 살 만한게 바뀌어야 한다. 사회의 변화다. 장자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 이유다.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서문 P.12)

'그때 장자를 만났다'는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개인의 변화'에서 시작해서 '관계의 변화', '사회의 변화'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갑니다. 당장은 개인의 변화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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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장자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모두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모든 내용을 다뤘다면 아마 많이 지루해졌겠지요. 정말 학문, 철학으로 장자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처음 나오는 헛똑똑이 거북이 이야기부터 해서 공감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네요. 그리고 이 책은 장자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리스, 로마 고전을 자주 인용합니다. 동서양 할 것없이 고전은 통하나 봅니다.

 

 

무엇이 어려운 일인가요?

자기 자신을 아는 것

그럼 무엇이 쉬운 일인가요?

남에게 충고하는 것

 

탈레스의 대답이 부끄러움과 깨달음을 동시에 주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남들보다 조금 더 책을 읽었다고, 아는 지식을 활용해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충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도 똑바로 처신하지 못하는 주제에 누굴 충고한단 말인가요? 헛똑똑이도 이런 헛똑똑이가 없지요. 이 한권의 책 그리고 장자가 저를 또 한번 철들게 하네요.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자중해야겠습니다.

 

값비싼 보석을 던져 천길 위의 새를 잡으려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소중한 것을 써서 보잘 것 없는 것을 구하는 탓이다. (P.28)

 

보통 우리는 급한 일(보잘 것 없는 것)을 한다고 중요한 일(소중한 것)을 뒤로 미루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회식(솔직히 급하지도 않음 야근이라면 모를까)하는 것보다 집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소중한데도 반대로 행동을 합니다. 급한 일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급한 일만 하는 것이 문제지요. 되도록이면 최대한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좀 고쳤으면 하는 버릇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잘난 척'이 있습니다. 마치 '화살 잡은 원숭이'처럼 반사적으로 나도 모르게 잘난 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그것도 조금 오바해서 잘난 척을 할 때는 제가 봐도 제가 밥맛일 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이 잘난 척,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적을 하나 더 만들었으면 만들었지. 아이가 더 크면 이제 친구들이 자식 자랑을 슬슬 늘어놓을 텐데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역사상 가장 싸움 잘하는 장군이라는 피로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자신이 왜 싸우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왜 싸우는지 모르면 전투에 이기고도 전쟁에는 지는 상처뿐인 영광, '피로스의 승리'밖에 거두지 못한다. 편히 쉬기 위해서 하는 싸움이라면, 싸움을 하지 않는 편이 더 편히 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고 산다. 자기 눈앞만 보고, 한발 떨어져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면 흔히 빠지는 함정이다. 피로스는 키네아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끝내 로마 원정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스스로의 몰락을 자초했다. (P.63)

'피로스의 승리'의 피로스처럼 별생각 없이 일하며 돈을 벌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봅니다.

 

연구실에만 24시간 박혀 산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퇴근도 안하고 밤 샌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휴일에 사무실 지키고 앉아서 머리만 뒤어뜯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세네카의 말처럼, "그들은 할 일을 찾아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의도한 일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한다. 누가 그런 삶을 분주한 게으름이라고 불러도 틀렸다고 할 수 없다." (P.68)

레오나르도 다빈치 "천재는 가장 적게 일할 때 가장 많이 일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남들이 보면 노는 것 같아도 운동을 하면서, 잠을 자면서, 게임(?!)을 하면서 업무효율(또는 창의성)을 끌어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회사에서 이런걸 바라면 큰일나겠죠? 아무튼 직장상사가 늦게 퇴근한다고 해서 같이 자리를 지키는 현실이 답답해 죽겠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데 취업이 너무 어려우니 그러기도 힘들고, 밀도 없이 쓸데없이 업무시간만 긴 '분주한 게으름'을 없애기 위해 국가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언제 그날이 올지 모르니 마음을 비우며 기다리는 수 밖에요.

 

긴장을 풀고, 마치 남의 일 보듯 심드렁해지는 그 순간, 문제의 해답이 보인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엉뚱한 순간에 멋진 답이 튀어나온다. 훈수꾼들이 늘 장기판을 더 잘 보는 이유도 같다. 내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장기판에 바짝 붙어 앉지 않고 약간 떨어져 앉아 전체를 보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 또는 마음 비우기 효과다. 장자의 용어로는 무심이다. 말 그대로 무심히 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비로소 보인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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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비우면 귀신도 항복한다' 참 좋은 말이네요. 욕심이란 지평선과 같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 여기에 또 다른 명언도 추가합니다. "모든 것을 얻기에 이를려면 아무것도 얻으려 하지 마라 (16세기 교회개혁가 성 요한)" 장자를 읽으니 자연스레 도가 몸으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남 탓 하지 마라. 못 배운 사람들은 무조건 남 탓이다. 배움은 자기 탓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배움은 남 탓도 내 탓도 하지 않는 데에서 완성된다." (에픽테토스, P.124)

아마 손숙오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옛날을 회고하게 된다면, <장자>에 나오는 대화처럼 한결 여유를 갖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벼슬 그거,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하게 되면 열심히 일하니까 좋은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편하니까 좋은 거고. 내가 열심히 일하니까 좋은 거지 높은 벼슬 한다고 좋은 게 아니야. 내가 벼슬해서 좋은 게 아니라 일해서 좋은 거만 알면, 벼슬 같은 거 안해도 아무 상관없어."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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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바르게 사는 길로 '얽혀 살기(영녕)'를 제시합니다.

무릇 삶을 죽이는 이는 죽지 않고, 삶을 살리는 이는 살지 못한다. 성인의 도는 보내지 않는 것도 없고 맞이하지 않는 것도 없고, 헐어버리지 않는 것도 없고, 이룩하지 않는 것도 없다. 이게 바로 영녕이다. 영녕이란, 얽혀 살다 보면 이루는 것이다. (대종사 P.149)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 (지북유)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을 덕이라고 한다. 하는 일마다 참된 나 자신이 아닌 게 없는 것을 다스림이라고 한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 둘은 같은 것이다. (경상초)

어쩔 수 없이 한 일은, 억지로 한 일이라도 좋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지야말로 성인의 경지다. (경상초 P.156)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독서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전환점, 그때 장자를 만났다' 책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글을 찾으라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지야말로 성인의 경지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한 줄로 현재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한방에 해결했거든요. 회사의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서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는 상황이라 찝찝했는데, 이것이 바로 성인의 경지로 가는 길이였다니 그냥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솔직히 논리적인 해답은 아닐지 몰라도 마인드 컨트롤하는데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 한 권의 독서로 장자를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내의 장례식에서 장구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자의 마음을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냥 좋은 글귀 하나에 즐거워할 뿐이지요. 가볍게 읽을 장자 책을 찾고 있다면 '내 인생의 전환점, 그때 장자를 만났다'를 추천합니다. 그럼 재미있는 독서하세요!

 

장자가 말하는 무위는 이런 쩨쩨한 통치술 이상이다. 상황을 통제하겠다는 마음머저 버리고, 결과를 예단하는 마음도 버리고, 그냥 상황에 얽힌 사람들을 믿고, 그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게 무위다. "이미 그러고도 그렇게 된 것마저 알지 못하는 것이 도(제물론)"라고 했다. 결과는 주어지는 것이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일은 지금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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